어릴적 추억 '방가방가'… 초등동창 밴드 ‘아슬아슬’
어릴적 추억 '방가방가'… 초등동창 밴드 ‘아슬아슬’
  • 이두 기자
  • 승인 2016.01.11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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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불화 등 일부 탈선 우려… “이성 목적이면 깨져, 음주 자제하고 자기과시 삼가야”

 

중년들이 초등학교 시절 운동회때 사용한 모자와 곤봉, 호루라기. 아련한 옛 추억을 선사한다.

  인천에서 40대 후반의 남성이 초등학교 남성 동창생을 살해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 남성은 동창생이 초등학교 여자 동창들만 있는 밴드에 자신의 속옷을 입는 사진을 올렸다는 사실을 알게됐다. 이를 따지려고 동창생 집에 찾아갔다. 말다툼 끝에 화가났고 흉기를 휘둘러 살해하고 집에 불을 지른 혐의를 받고 있다. 두 사람은 지난해 3월 동창회에서 만나 가까워졌으나 악연이 되고 말았다.
  서울 화곡동에 사는 차인숙(55)씨는 최근 남편과 완전 냉전중이다. 초등학교 동창 밴드 때문이다. 차씨는 1년반전 초등동창 밴드에 가입했다. 반가운 이름들이 많았다. 밴드로 수다를 떠는 시간이 많아졌다. 마침내 모임에 나갔다. 아직도 자신의 미모가 최고라고 착각(?)하는 차씨는 많은 남성동창들의 시선을 받았다. 기분 나쁘지 않았다. 문제는 다음부터였다. 시도때도 없이 남자 동창들이 밴드에서 콜을 했고 급기야 한밤중에 한잔하자며 전화까지 해댔다. 외출이 잦아졌고 밤늦게 귀가하는 경우도 있었다. 남편과 다툼이 심각하게 이어졌다.
  이학수(58)씨는 초등 동창생 밴드를 보고 모임에 나갔다 봉변을 당했다. 몇십년만에 초등학교 동창들을 만났지만 금세 다시 가까워졌다. 술이 거나해지자 한 여자 초등생이 “니가 잘난 이학수냐”며 옆자리에 앉았다. 여자초등생은 이씨에게 ‘어디 사냐’ ‘뭐하냐’고 물어보더니 ‘부인하고 아직까지 사는 지’도 물어봤다. 이씨는 부인하고 사는 게 당연하거 아니냐며 대수롭지 않게 답했다. 그랬더니 여자초등생은 “나는 이혼했는데 너만 재미있게 잘 살고 있다는 거지”하며 시비조로 말을 걸어왔다. 이씨는 황당했다. 다시는 초등 모임에 가고 싶지 않아 밴드에서 탈퇴했다고 했다.
  초중고 시절의 추억을 되살리고 어릴 적 친구들의 소식과 근황을 서로 전해주는 밴드가 중장년들에게 인기다. 그러나 일부 초등학교 동창 밴드는 탈선으로 이어져 문제를 낳고 있다. 40대 이후 세대들이 다니던 중고등학교는 대부분 남학교, 여학교로 분리되어 있었다. 초등학교는 남여반이 나뉘어져 있었지만 학교는 같이 다녔다. 따라서 초등동창 밴드에서는 자연스럽게 이성간의 만남이 이뤄진다. 어린시절 동창이다보니 스스럼도 없다. 은근히 썸을 타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실제로 이를 기대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일부 초등밴드는 불륜제조 모임이라고 할 정도로 탈선에 가까운 만남이 이어지기도 한다.
  밴드와 관련한 댓글에는 ‘바람은 초딩 동창이랑 제일 많이 난다’ ‘상상은 자유지만 이성의 끈을 놓으면 안된다’ ‘오랜만의 설레임 오래갈까요’ ‘이성동창과 심리적 공감, 마누라가 달라 보여요’ ‘동창밴드통해 이성끼리 2박3일간 여행간다고 미친 거 아니야’ 등 부정적인 글이 다수다.
  남편의 초등동창 밴드를 봤다는 40대의 한 주부는 '우리 자기, 나만 이뻐해 줘, 쪽쪽'등의 답글이 있어 남편과 대판 싸웠다며 밴드는 가정파괴범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사회학과의 한 교수는 “우정이 아닌 이성 만남과 사적이익이 목적이 되면 밴드는 깨질 수 밖에 없다”며 “지나친 음주를 자제하고 자기 과시를 심하게 해서는 안되며 모임을 영업현장으로 활용하려 해선 안된다”고 조언한다. 그는 “상대방이 만나고 싶어하는 친구가 되려고 노력하는 등 초등동창이라도 지켜야 매너는 반드시 지켜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만남의 기쁨은 짧고 찝찝한만 오래 남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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