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근대문학관 국내 유일 소장본 공개
인천 근대문학관 국내 유일 소장본 공개
  • 박웅석 기자
  • 승인 2024.03.29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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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5년 딱지본 발행 '비극소설 '사중구생

 

인천 근대문학관의 유일 소장 소설.

 인천문화재단(대표이사 김영덕) 한국근대문학관이 2024년 2분기 작은전시를 통해 국내 유일 소장본 비극소설 사중구생(死中求生)(이하 사중구생)을 처음 공개한다. 1935년 성문당서점에서 딱지본 형태로 발행된 이 작품은 현재 한국근대문학관만이 소장하고 있다. 딱지본은 울긋불긋한 표지가 딱지를 닮았다 하여 붙여진 이름으로 매우 저렴한 가격으로 대중들을 대상 독자로 발행된 책을 가리킨다.

'사중구생'은 번역소설이다. ‘알츠이빠세푸’라는 원저자명이 명기되어 있지만 확인이 불가능하며 번역자도 물론 누군지 알 수 없다. 18세기 프랑스 혁명기를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원작은 프랑스 소설일 가능성이 높으며, 작품 내용으로 보았을 때, 전체가 아닌 일부 장면만을 옮긴 발췌역이라 할 수 있다.
 전체 64쪽, 200매 원고지 약 140매 분량의 얇은 이 작품은 늦은 밤부터 다음날 주인공이 처형되는 정오 무렵까지 약 10~12시간에 걸친 이야기이다. 혁명의 반대파와 편지를 주고받았다는 이유만으로 체포되어 단두대형을 받은 주인공이 자신의 죽음까지 과학실험에 바친다는 것을 중심 줄거리로 한다.

 

소설 사중구생.

 딱지본으로 발행된 이 작품은 여러 모로 이례적인 작품이다. 이 작품에서는 스토리와 사건이 작품의 중심을 이룬다거나 애상과 호소, 한숨, 눈물이 흘러넘치는 일제강점기 딱지본 소설의 전형적 특징이 일체 나타나지 않는다. 이러한 일제강점기 전형적인 딱지본 대중소설의 면모 대신 이 작품을 채우고 있는 것은 등장인물들의 치밀한 심리묘사이다. 처형을 앞둔 주인공의 과학에 대한 열정어린 고뇌와 주인공을 면회온 스승의 이에 대한 안타까움, 처형을 불과 몇 시간 앞두고 있음에도 과학 토론에 몰두하는 스승과 제자를 지켜보는 동료 수감자의 치밀한 심리 묘사는 딱지본 대중소설로서는 단연 이채를 발하는 지점이다.

 마치 대중소설의 외피를 둘러쓴 본격소설이라 할 수 있는 이 작품은 4월 2일 시작되는 한국근대문학관의 2분기 작은전시를 통해 일반에 처음 공개된다. 한국근대문학관 본관 1층 로비에서 사중구생 원본을 직접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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