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장소
죽음의 장소
  • 송호준 기자
  • 승인 2016.04.02 00: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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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퀴벌레가 아침 대로변에 나와 죽어있다. 다른 바퀴들은 어둡고 침침한 곳에서 숨겨진 죽음을 맞이하는데 왜 이 놈은 쨍쨍한 햇살아래를 마지막 장소로 택했을까. 하늘을 덮은 수많은 새떼들의 날개짓을 본적은 있지만 그들이 모두 어디에서 개별적인 죽음을 맞이하는 지는 본적이 없다.   
  살아있는 것들의 수만큼 죽음의 수도 동일한데 우리는 삶의 장소에는 익숙하지만 죽음의 은닉처는 음밀한 비밀에 싸여있다.
   '삶은 죽음을 발견하는 방법'이라고 한다. 우리는 수많은 행위와 언어와 관계속에서 실을 토해내고 인생이란 고치를 짓지만 단 하나의 말로 정의되지 못하고 사라진다. 고작 '착한 사람이었다' '좋은 아빠였다' '힘들었다' '그리하여 그리하였다'...모든 이들의 삶은 미완성이었고 죽음은 그 '미완성의 완결'이다.
  죽음의 장소를 선택할 수 있는 사람은 행복하다. 무리를 떨치고 나와 평상적인 죽음을 거부한 한 바퀴벌레의 반란이 눈여겨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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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호준- 58년 개띠. 고려대 영문과 졸. 광고대행사 카피라이터, SK마케팅고문. 인터넷한겨레 기획위원 역임. 현 물고기자리(수산물유통)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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